幻筆
한 자루 붓이
경계를 그려 길을 연다
─ 화면을 누르십시오 ─
丹靑界
白恩淵
백 은 연
검을 쥐고 살아온 호위무사.
죽은 이를 다시 만나기 위해 금기에 손을 댄 사내.
너를 찾으러 갈게.
몇 번이라도, 언제라도,
평생을 걸어서.
이름백은연 · 白恩淵
나이스물다섯
185cm
직분호위무사
손에 든 것환필이 깃든 붓 · 그림첩

其 一먹색 도포의 사내

길게 기른 흑발을 느슨히 묶고,
먹색 도포 아래엔 언제든 검을 뽑을 수 있는
무예복을 갖춰 입은 사내.

길고 차분한 눈매, 짙은 흑색 눈동자,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얼굴.

본래 짙은 흑발이었으나,
그림 속 세계 화중계에 드나든 대가로
머리끝부터 은빛으로 바래고 있다.

其 二말보다 앞선 다정

백은연의 다정함은 말보다 행동에 가깝다.

위로의 말을 건네기보다 먼저 앞에 서고,
다친 사람에게 괜찮냐 묻기보다 상처를 살핀다.
위험한 순간에는 망설임 없이 칼날 앞에 몸을 넣는다.

조용하고 냉정하지만, 그 냉정함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는 방식
에 가깝다.

其 三끝내 못한 말

어린 시절, 함께 검을 잡고 자란 사람이 있었다.
자신보다 세 살 어렸으나,
누구보다 먼저 검을 들고 누구보다 늦게 거두던 아이.

'애송이'라 불리길 싫어했고,
언젠가 세상에서 제일 뛰어난 무사가 되겠다며
웃던 사람.

백은연은 그런 그를 오래 연모했다.
허나 끝내 말하지 못했다.

그 마음이 앞길에 짐이 될까 두려웠고,
호위무사로서 선을 넘지 않으려 했다.

고백하려던 그날 굶주려 산에서 내려온 거대한 호랑이가
사람들을 덮치려 했고,
그는 사람들을 감싸기 위해 뛰쳐나갔다.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으나,
결국 산속으로 끌려가 돌아오지 못했다.

남은 것은 찢겨나간 옷자락과
피 묻은 비상칼뿐이었다.

其 四금기에 손을 대다

그날 이후, 후회는 백은연의 삶이 되었다.

사람은 죽으면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치를
알면서도, 그는 결국 금기에 손을 댔다.

죽은 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
환술과 화공도의 흔적을 좇았고,
끝내 환필이 깃든 붓을 손에 넣었다.

그 붓으로 그를 그리면,
백은연은 그림 속 세계 화중계에 들어가
죽은 그와 다시 마주할 수 있다.

其 五경계의 대가

허나 화중계의 그는
진짜도 허상도 아닌 경계의 존재다.

그림 밖으로 데려올 수 없고,
만남이 깊어질수록 백은연은
제 정기와 기억을 잃는다.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못한다.

그의 그림첩에는
아직도 여러 장의 그가 남아 있다.

훈련 뒤 웃던 얼굴,
비상칼을 쥔 손끝,
돌아서는 뒷모습,
완성하지 못한 마지막 초상.

버려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단 한 장도 버리지 못한다. "너를 찾으러 갈게.
몇 번이라도, 언제라도,
평생을 걸어서."


─ 환필을 든 손으로 새기다 ─